1. 선한 세계와 금지된 세계
(데미안 줄거리)
책 속 주인공은 열 살 무렵의 일을 회상한다. 그 시절 그에게는 두 개의 세계가 있었다. 하나의 세계는 집이다. 정확히는 집에 계시는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들이 여기에 속한다. 집은 그에게 안정감, 편안함, 안락함을 주는 세계인 것이다.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곳, 크게 걱정거리가 없는 곳이다.
다른 하나의 세계는 집 밖이다. 그에게 집 밖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생기는 불편함, 유혹, 살인 등 부정적인 것들로 얽혀있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다. 이 세계는 집을 나서는 순간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물건을 훔치는 도둑질, 불을 지르는 방화처럼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집 밖의 일이다.
이런 두 세계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었고 여기에 속했다가 저기에 속했다를 왔다 갔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금지된 세계가 더 매력적이었다. 책 속에서 당시 자신이 읽었던 책을 회상하던 저자는 "그 탕아가 참회하고 다시 건실해졌다는 사실이 때로는 아주 유감스럽기까지 했다."와 같이 생각하기도 한다.
(데미안 생각)
누구나 두 개의 세계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마음이 편안하고, 동요가 없는 상태이다. 예를 들면 나의 가족들 또는 편안한 사람과 함께 있거나, 좋아하는 건전한 취미를 하고 있을 때다. 반대의 세계는 마음이 꽤 불편하지만 흥미롭고 스릴이 있는 세계일 수 있다. 불법을 저지르거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잠깐의 쾌락을 주는 일이 있을 것이다.
2. 프란츠 크로머, 그리고 거짓말
(데미안 줄거리)
내가 열 살 무렵 라틴어 학교에 다닐 때 열세 살쯤 되는, 아버지가 주정꾼이고 그의 가족들도 악평이 자자한 집의 아들인 프란츠 크로머를 알게 되었다. 그와 마주치는 것이 왠지 불편했지만, 어쩌다 보니 그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나를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취급해 주는 것은 기뻤다. 그는 명령하고 우리는 복종했다."
아이들은 나쁜 행실을 자랑하고 위대한 일처럼 뽐내기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는데, 나 역시 어떤 자랑거리를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급하게 이야기 하나를 지어냈다. 그것은 내가 어떤 과수원에서 가장 좋은 사과를 크게 훔쳤다는 내용이었다. "순간적인 위험을 모면하려고 이야기 속에 도피처를 구했던 것이다." 프란츠 크로머가 거듭 진실이냐고, 하느님께 맹세할 수 있냐는 말에 그렇다고 대답을 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프란츠 크로머는 나에게 말했다. 과수원의 주인이 사과를 훔쳐간 사람을 알려주면 2마르크를 준다고 말이다. 그는 2마르크를 내놓으라고 했다. 나는 도저히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돈을 준비하라고, 협박하고 돌아갔다.
(데미안 생각)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실제 이야기를 부풀려하거나, 지어낸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어릴 적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생보다는 그와 반대되는 아이에게 끌리곤 했었다. 왜 우리는 금지된 세계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까. 내가 갖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환상일까.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일까.
3. 왜곡된 세계
(데미안 줄거리)
책 속 저자는 프란크 크로머가 돌아간 뒤에 스스로를 자책한다. "왜 나는 도둑질했다는 이야기를 꾸며냈던 것일까?" 이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찬 그는 집 안에서의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마음속 응어리가 평화롭던 세계에 대한 인식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잠자리에 들게 된 저자는 기쁨도 잠시, 그의 머릿속에 오로지 프란츠 크로머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마치 그와 함께 있는 듯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깨어났을 땐 학교 갈 시간이 지나있었고, 몸상태가 좋지 못한 이유로 오후에 학교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문득 프란츠 크로머와 11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이 생각난 것이다.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론을 내렸다. 다 나았다고 이야기하고 학교에 가는 것이다.
돈 없이 그에게 갈 수는 없었던 저자는 어머니 방에서 몰래 저금통을 가지고 나왔다. 가슴이 굉장히 뛰었다. 이것은 최초의 도둑질이었다. 돈을 가지고 집을 나올 때는 평소와 달리 도망친다는 느낌으로 뛰쳐나왔고, 거리에 주변 사람들은 마치 나에게 혐의를 두고 있는 듯했다.
프란츠 크로머를 만났다. 돈을 세어보던 그는 표정을 찡그렸다. 돈이 모자랐던 것이다. 나머지 돈에 대해서 기간을 준 그는 휘파람을 불며 이 소리를 기억하라고 했다. 휘파람을 불 때 돈을 가져오라는 이야기였다. 그 이후로 휘파람 소리에 민감해졌고 또 자주 듣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휘파람 들릴까 봐 두려웠고 들리는 것 같았다.
(데미안 생각)
집에서 도둑질을 한 그는 더 이상 집이 편안한 곳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 관련 없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도둑놈이라고 말하는 기분을 느꼈으리라.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똑같은 것들도 현재 나의 감정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모습이 바뀌고 그 속성이 바뀐다.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그 세상을 바라보는 내가 바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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