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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유익함

영화《종이꽃》후기 및 결말(고훈, 2020) - 죽음은 곧 희망이다

영화 《종이꽃》 포스터

장르 : 드라마

감독 : 고훈

제목 : 종이꽃

출연진 : 안성기(윤성길), 유진(고은숙), 김혜성(윤지혁), 장재희(강노을)

개봉 : 2020.10

 

모든 내용은 저의 주관대로 작성하였음을 말씀드립니다.

 

1. 영화 《종이꽃》 후기

배우 안성기 씨가 나오는 영화를 꼭 보고 싶었습니다. 극장에서 본 적이 없고 항상 TV나 VOD를 통해서만 보았었거든요. 역시 뿜어져 나오는 연기의 연륜과, 목소리가 너무 좋으셨습니다.

 

영화는 죽음과 관련한 내용이었어요. 죽고자 하는 사람들, 이미 죽은 사람들 앞에 선 사람들 모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한 죽음에 관해 많은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편지를 읽고 있는 성길

30년간 장의사 생활을 하면서 바라봐온 죽음, 그리고 그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싶어하는 성길은 현실 앞에서 무너져 타협을 하기에 이르지만, 마지막에서는 이것을 극복하게 됩니다.

 

성길에게 힘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은숙(유진). 그녀가 어떤 힘을 가졌기에, 무너진 성길에게 힘을 주고,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영화를 통해 꼭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2. 영화 《종이꽃》 줄거리 (스포)

장례식장에서 윤성길(안성기)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된다. 일을 마치고 한적한 골목에서 담배를 태우는 그의 표정에는 고민이 한가득이다. 상주이자, 친구인 한 남자가 너한테 맡기지 못해서 미안하단다. 윤성길은 장의사다.

 

장의사란, 죽은 사람의 시체를 처리해주는 사람이다. 장의사 생활을 한 지 30년이 넘은 성길의 사정이 썩 좋지 않다. 현재 살고 있는 지하방의 월세도 밀렸다. 어쩌다 그의 신세가 이렇게 되었을까.

 

성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의 이름은 지혁이다. 다리를 다쳐 걷지 못하는 아들에게 돈을 많이 쓴 듯하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걱정은 더 이상 아들을 돌보아줄 간병인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계속 자살을 시도하는 지혁

그동안 다녀갔던 간병인들은 한사코 그에게 하소연을 한다. 살고자 하는 사람을 간병하는 것이지 죽고자 하는 사람을 간병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말이다. 성길이 아들에게 간병인을 붙인 이유는 그의 자살을 막기 위함이 컸다.

 

또 다른 간병인을 찾기 위해, 공급업체를 찾지만, 더 이상 구해줄 수 없다는 답뿐이다. 그때 최근에 앞집으로 이사 온 젊은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은숙이다. 그녀가 자청해서 간병을 요청하자, 성길은 이를 수락한다.

 

은숙은 건물의 청소일을 하고 있었는데, 약속했던 계약기간도 채우지 못한 채 잘리고 말았다. 열 받은 그녀는 똥 묻은 걸레로 깽판을 치고 이사를 왔다. 그래도 그녀는 이상하게 항상 싱글벙글하다. 별로 좋은 일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지혁의 간병인이 된 은숙

은숙은 지혁을 간병하기 시작한다. 흥얼거리며 일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지혁은 조금 황당하다. 그리고 역시 자살시도를 하지만, 그녀에게 재지를 당한다. 은숙은 절대 자살은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리와 얼굴의 끔찍한 상처들을 보여주며, 남편과의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죽음의 위기에서 그녀가 든 생각은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죽지 말고 살아야 한다며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지혁은 잠시 화를 내지만, 그녀의 말을 곰곰 생각하게 된다. 비가 오던 어느 날에 은숙은 노래를 부르며 김치전을 만든다. 그리고 지혁에게 건네면서 비 오는 날의 행복을 느껴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비가 오는 것을 만끽한다.

대자연 속의 행복한 은숙과 지혁

지혁은 차츰 밝은 은숙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느낀다. 생전 휠체어를 타고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그가 은숙과 나가기도 한다. 그 모습들을 지켜보는 성길은 무척 당황스럽다. 전에 볼 수없던 아들의 모습이다.

 

성길은 자신이 운영하던 장의사 가게를 접고, 대기업과 계약을 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더웠다. 대기업에서는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에 따라 시체 처리를 차별하여 처리한다.

 

어느 날 성길은 낮은 비용을 지불한 고객에게 종이꽃을 접어주다가 관리 매니저에게 한소리를 듣기도 한다. 돈을 낸 만큼만 해주고, 나머지는 절대 해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성길은 안타깝다.

장한수씨의 시체에 옷을 입힌 성길

은숙은 집 앞에 붙어있던, 공짜로 국수를 준다는 가게의 전단지를 보고 딸과 함께 그 가게를 찾는다. 가게 사람들은 굉장히 유쾌해 보이고 친절하다. 그런데 사실 그들은 월세도 내지 못한 채, 노숙자들과 돈이 없는 사람을 돕고 있었다.

 

그 일을 도맡아 하던 장한수 씨가 사망했다. 익히 그를 잘 알고 있던 성길도 마음이 좋지 않다. 그는 가족도 친척도 없는 듯했다. 그와 일하던 사람들이 그의 장례를 치러 주려고 노력하지만 가진 것이 없다.

 

성길은 죽은 장한수 씨를 돕고 싶으나, 자신도 형편이 되지 않는다. 시에 요청도, 대기업에 요청도 해보지만, 소용없다. 도와달라며 막무가내로 부탁하는 장한수 씨의 지인들을 성길은 뿌리친다. 자신은 돈을 받고 일하지, 자선하지 않는다고.

 

장례를 치르기는 어려웠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던 성길은 장한수 씨의 시신을 정성스럽게 닦고, 옷을 입히고 화장을 시켜주었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전달했다.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고양이의 장례를 준비하는 성길과 노을

은숙의 딸 노을이 죽은 고양이를 보고 슬퍼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성길은 노을이와 함께 고양이의 장례를 치러 준다. 종이꽃을 접어 고양이 관에 놓아주고 기도를 한다. 노을은 그런 할아버지 성길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3. 영화 《종이꽃》 결말 (스포)

대기업의 일이 잘 되기 시작하자, 성길은 돈이 조금 벌린다. 아들과 살 새로운 집을 알아보는데, 부동산 사장에게 앞집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남편을 죽인 여자였다. 물론 정당방위로 풀려났지만 말이다.

법원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은숙

은숙은 법원의 보호를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그러나 몰래 피해 다녀왔다. 그래야 딸과 함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법원 사람들에게 은숙은 끌려간다.

 

정신병원에서 은숙은 성길에게 편지를 쓴다. 고맙다는 말과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죽고자 했다가, 대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에서 살고자 함을 느꼈다고 말이다. 그런 그녀로부터 감동을 받은 성길은 움직인다.

 

대기업과의 계약 파기를 각오하고, 시청 앞에서 장례를 치르기를 원하는 장한수 씨의 지인들을 돕기 시작한다. 그리고 은숙에게 답장을 한다. 자신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추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이다.

성길에게 편지를 받은 은숙

자신의 어릴 적 일을 회상한다. 의사가 되기를 강요했던,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 역시 지혁에게 강요했다. 여행 작가가 꿈이었던 아들의 소망을 꺾고 의사를 강요했다. 그리고 사고는 터졌다. 그는 이를 후회하며 편지를 쓴다.

 

4. 영화 《종이꽃》 교훈

4.1 죽음 앞에 희망

은숙은 죽음의 고통 속에 살았다. 그래서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문득 그녀는 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용솟음쳤다. 아이들의 목소리와,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말이다.

 

은숙은 말한다. 죽으려 한다면, 그것은 사실 살려달라는 외침이라고 말이다. 지혁에게 그것을 본 은숙은 그를 살렸다. 살아난 지혁은 자신이 실은 살고 싶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가 죽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보면, 은숙의 말처럼 강력하게 살고 싶다는 외침이다. 그런데 그것이 잘 되지 않기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내비치자. 살고 싶다는 희망 그대로 살아가자.

 

4.2 죽음은 다 똑같다

어린 노을이가 성길에게 물었다. 비싼 관과 싼 관의 차이가 있느냐고 말이다. 성길은 대답한다. 차이가 없다고, 나중에 썩는 것은 똑같다고 말이다. 그저 사람들에게 비싸게 팔아야 하는 이유가 전부라고 말한다.

종이꽃을 접고 있는 성길과 노을

어린 노을이가 성길에게 물었다. 종이꽃은 왜 접느냐고 말이다. 성길이 답한다. 옛날 꽃살 돈이 없던 가난한 사람들도 부자들과 동일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꽃을 대신해서 종이꽃을 사용했다고 말이다.

 

죽음은 모두에게 똑같다. 마지막까지 차별을 두고 싶지 않은 선조들의 마음이 만든 것이 종이꽃이다. 이 종이꽃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주는 또 하나의 희망이 아닐까 싶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